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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고] 한미일 SMR 협력과 독자 모델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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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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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1970년 유럽은 미국 보잉의 독주에 맞서 다국적 컨소시엄 에어버스를 출범시켰다. 프랑스는 유럽 항공산업의 주도권을, 독일은 전후 단절된 항공산업의 재건을, 영국은 자국 기술의 보전을 기대하며 손을 잡았다. 서로 다른 꿈이었지만, 프랑스가 설계 총괄과 최종 조립을, 독일이 동체를, 영국이 날개를 맡아 각자의 강점을 결합했다. 그 결과 에어버스는 반세기가 지난 오늘, 세계 항공기 시장을 보잉과 양분하고 있다.

이 에어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다국적 협력의 틀이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발표됐다.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이 SMR 배치에 관한 협력각서(MOC)에 서명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표준 노형(爐型)과 계약 절차 간소화를 통해 다수의 SMR 건설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3국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과 자금 조달, 기술·연료·장비 지원까지 아우른다. 사업개발 위험 감소, 규모의 경제, 공급망 최적화와 최고 수준의 원자력안전·핵안보·비확산 기준 준수가 각서의 목표다. 안보 중심이던 3국 협력이 에너지·산업으로 확장된 반가운 진전이다.



세 나라가 각서에 거는 기대는 서로 다를 것이다. 미국은 원천기술을 가진 자국 노형을 표준으로 확산시켜,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급증 속에 원전 수출로 영향력을 넓혀온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고자 할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위축된 소재·부품 공급망을 세계 시장의 일감으로 되살리고 싶을 것이다. 우리의 실리는 더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시공·사업관리 역량으로 서방에 아직 가동 사례가 없는 SMR 시장의 건설 실적을 쌓을 수 있고, 이는 향후 수주 경쟁을 좌우할 자산이 될 것이다. 탈원전기(期)를 견뎌낸 국내 원전 생태계에도 시공·기자재 물량이 유입될 것이다. 표준 노형의 반복 건설과 다국 인허가 대응 경험도 값진 무형 자산이다. 에어버스 사례처럼 서로 다른 기대는 약점이 아니다. 다른 것을 원할 수 있기에 나눌 것이 생기고 상호 보완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 협력의 성공에도 경계할 부분이 있다. 각서는 표준으로 삼을 노형도, 역할의 배분도 정하지 않았다. 미국의 설계 원천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은 협력이 반복돼도 상대국에 넘어가지 않는 반면, 시공 노하우는 협업이 거듭되면 파트너에게도 축적될 수 있다. 원천기술이 없는 수출의 한계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합의에서 이미 확인됐다. 컨소시엄에서 제 몫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남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 기술이다. 자체 노형을 가진 파트너와 대체 가능한 시공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무게가 다르다. 2028년 표준설계 인가를 목표로 하는 혁신형 SMR(i-SMR) 개발은 3국 협력의 성패와 무관하게 계속돼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과 에너지 안보의 시대에 3국 협력이 인도·태평양에 다져 놓을 SMR 수용 기반은 훗날 i-SMR이 진입할 시장이기도 하다. 정부와 산업계는 컨소시엄 참여와 독자 노형 개발을 상충이 아닌 병행 트랙으로 삼아야 한다. 협력의 실리를 챙기면서 i-SMR 개발도 차질 없이 뒷받침해야 한다. 이번 MOC가 한국 원자력이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고대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미일 SMR 협력과 독자 모델 중요성[포럼] | 문화일보